잡담

보안을 믿지 마라

-=HaeJuK=- 2025. 7.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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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우리는 보안을 ‘설치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인터넷 뱅킹을 하기 위해선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고, 공공기관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방화벽 모듈, 캡처 방지 프로그램까지 포함된 패키지를 설치해야 했다.
많은 기업과 기관은 이 과정을 ‘기본 보안’이라 여겼고, 사용자는 귀찮아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보안 제품을 모두 설치했는데도 피싱에 당하고, 백신을 깔았는데도 랜섬웨어가 감염된다.
설치만으로 안심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 얼마 전, 한 공공기관에서 ‘보안 프로그램 미설치로 인해 데이터 유출이 발생했다’는 이슈가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모든 보안 솔루션이 설치되어 있었고 최신 버전이었다. 문제는, 사용자가 받은 이메일 속 링크를 그대로 클릭한 것이었다. 시스템은 완벽했고, 유일하게 허술했던 건 ‘사용자 행동’이었다. ❞

서버는 무엇을 ‘정상’이라고 판단할까?
오늘날 대부분의 시스템은 로그인과 인증 정보를 기준으로 접속을 허용한다.
ID와 비밀번호, OTP, 디바이스 등록 여부까지 모두 확인되면 시스템은 해당 사용자를 ‘정상 사용자’로 판단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 한 금융사에서 내부 보안 분석 중 이상한 행위를 발견했다. 낮 12시, 동일한 IP에서 연속적으로 여러 고객 계정이 정상 인증을 통과하고 대량 송금 요청을 했다. OTP, 비밀번호, IP 모두 문제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공격자는 이미 해당 PC를 원격 제어하고 있었고 사용자의 모든 입력 과정을 복제하고 있었다. ❞

서버는 ‘인증’은 확인할 수 있어도, 그것이 사용자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용자도 무조건적인 피해자인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대중은 본능적으로 기업을 비난한다.
“왜 방어하지 못했냐”, “왜 고객을 보호하지 않았느냐.”
물론 기업은 책임이 있다. 하지만 과연, 사용자는 전혀 책임이 없는가?

❝ 루팅된 안드로이드폰으로 업무용 앱을 설치하고, 타사 백업 앱을 통해 인증 데이터를 자동 저장한 사용자 사례가 있었다. 이후 외부 공격자가 그 백업을 통해 OTP를 복원했고, 정상 인증 후 침투에 성공했다. ❞

보안은 일방의 책임이 아니다.
사용자가 ‘보안을 의식하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무력하다.

기술의 한계, 그리고 교육의 역할
완벽한 보안 기술은 없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용자의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교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 대기업 보안 교육 설문에서 “내가 사용하는 앱이 실제로 안전한지 확인해본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무려 70%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단순히 업무에 필요한 도구를 쓴 것뿐이지만, 그 도구가 어떤 위험을 동반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

보안은 ‘기술적 이해’보다도 습관과 판단의 문제다.
사용자에게 단순한 수칙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수칙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
그것이 진짜 보안 교육이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보안 전략은 오래된 착각 위에 서 있다.
“설치하면 안전하다”, “인증했으니 정상이야”, “책임은 기업에 있다.”
이제는 그런 관성을 걷어낼 때다.

클라이언트 보안 중심 → 서버 중심 흐름 제어

단일 인증 → 다중 신뢰 기반 행위 탐지

사후 대응 → 사전 예방 + 사용자 인식 강화

마무리하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또 하나의 보안 제품이 아니다.
사용자의 한 번의 클릭이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만드는 일,
그게 진짜 보안이다.

보안을 기술로만 막을 수 있다고 믿는 한,
공격자는 언제나 그 틈을 노릴 것이다.
기술이 아닌 사람이 마지막 방어선이다.

보안은 믿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해하는 사람만이 그것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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